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글러브 길들이기에 대한 고민

야구/장비잡담

by Bischoff 2014. 10. 27. 13:59

본문

얼마 전 인터넷을 통해 포수 미트를 하나 구입하면서 길들이기 칸에 무심코 체크를 했습니다. 그러고는 천천히 미트가 배송되기를 기다렸습니다. 결국 도착한 미트를 보니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스팀을 쓴 건지, 물을 끼얹은 건지 가죽 끈은 말라있고, 미트의 움직임은 잘 움직이기는 하지만 형태가 무너진 상태였습니다. 심지어 가죽 끈의 일부분은 어디에 갈리기라도 한 것처럼 심하게 손상되어 있었습니다. 이에 교환요청을 진행했고, 다행히 잘 교체 받을 수 있었습니다.


최근 아마추어를 대상으로 한 글러브 시장의 형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아닌가 싶습니다. 대부분의 글러브는 가죽으로 만들어져 있고, 가죽 자체도 단단한 소재지만 쓰다 보면 부드러워 지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고자 내부에는 쉽게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여러 부자재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새로 사면 딱딱합니다.


딱딱한 글러브와 바로 경기를 뛰고 싶은 아마추어 야구인, 이 둘 사이를 좁힐 수 없을까? 라는 물음표는 “대신 길들여주는 업체”의 탄생으로 이어졌습니다. 바로 쓸 수 있으니까 당연히 높은 판매량으로 이어졌으리라 생각됩니다. 이로 인해 글러브를 대신 길 들여주는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부터 문제가 시작되었습니다.


애초에 글러브는 딱딱한 야구공을 막거나 잡기 위해 탄생한 도구입니다. 모든 부위가 연하고 흐물흐물 하면 딱딱하고, 빠른 야구공에 의해 글러브가 뒤로 꺾여 공이 빠지거나 사용자를 다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단해야 할 부분은 단단하고 움직임이 필요한 부분은 부드러운 상태로 만들어야 하며, 이는 하루 이틀만으로는 될 수 없습니다. 이 당연한 사실을 알고 있는 일부 길들이기 업체는 글러브 분석을 통해 글러브 제조 업체별로 존재하는 사소한 차이를 길들이기에 적용하고, 마지막에는 본 사용자에 의해 마무리를 짓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스팀이나 물에 넣어 형태를 잡는 작업등은 최소한으로 필요한 만큼만 진행합니다. 반대로 일부의 길들이기 업체는 마치 남의 글러브를 돈도 받으며 연습이라도 하듯 마구잡이로 스팀 작업을 하고, 마구잡이로 물에 집어넣고, 건조작업 또한 대충하며 결국 비싼 글러브를 망가뜨리는 작업을 서슴지 않습니다.

스팀 및 물에 적셔 형태를 잡는 작업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추후 포스팅 할 예정입니다만 간단히 역할을 말씀 드리면 딱딱한 글러브를 조금 더 손으로 작업하기 편하도록 가죽을 약하게 만드는 과정의 하나일 뿐이며, 이후의 건조과정이 매우 중요한 작업입니다. 만약 건조 과정을 허투루 하게 되면 가죽의 손상을 물론이거니와 수명에도 심각한 영향을 주게 됩니다.


그러면 “길들이다” 라는 동사적 의미에 대해 간단히 풀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글러브는 사물이니 “글러브를 길들이다.” 와 같은 문장은 2번 항목으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즉, 글러브를 오래 매만져서 보기 좋거나 쓰기 좋게 만드는 것이 글러브를 길들이는 핵심이라는 것이죠. 위에서 대부분의 글러브는 가죽으로 만들어져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가죽으로 만들어진 다른 제품들을 사용해 보셨나요? 구두 같은 제품 말이죠. 군필자 분들은 신형 전투장비가 보급되기 전 전투화를 생각하셔도 무방할 것 같네요. 처음 신발을 받았을 때부터 사용자의 발에 편안하고 내 발과 같이 움직였나요? 절대 그러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의식하지 않고 조금 참으면서 사용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내 몸과 착 달라붙는듯한 일체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죽제품이란 것이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이걸 어떻게 써” 할 정도로 딱딱하고, 움직이지도 않을 것 같지만 꾸준히 만져주고 사용하다 보면 점차 부드러울 부분만 부드러워지고 나머지 부분은 단단한 형태를 유지합니다. 글러브도 같은 원리로 길이 들어가는 장비입니다. 조금이라도 검색을 해보신 분은 “글러브 각을 잡는다.” 라는 표현을 보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이 의미는 내 손이 움직일 때 다른 접히지 않아야 할 부분에 움직임이 최소한으로 생길 수 있도록 접혀줘야 할 부분만 접어주는 행동을 뜻합니다. 이렇게 해두면 다른 부위에 비해 덜 딱딱해지고 손의 움직임을 통해 각 잡힌 부분만 움직임이 전달됨으로써 조금 더 수월하게 자신만의 글러브를 길들여 나갈 수 있게 됩니다.


개인이 글러브를 길들이는 것은 분명 어렵습니다. 특히나 짧은 주기로 사는 장비가 아니기에 익숙해 지기도 어려운 과정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최고급 장비를 사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서서히 부담 없는 장비를 통해 시행착오를 겪다 보면 어느새 그 어느 것보다 내 손에 정확히 맞는 글러브가 나타나게 됩니다.


그러면 그 시행착오를 없애기 위한 정답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라는 궁금증에 도달하게 됩니다. 하지만 예상 하셨듯 정답이 어디 있겠습니까? 사람마다 손의 크기, 모양, 악력 등의 변수가 상당히 많고, 이 변수를 최소화 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시행착오입니다.


다음 편은 시행착오를 거친 저만의 글러브 길들이는 방법에 대해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