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글을 쓰네요. 오늘의 내용은 어제(2012. 05. 16) 밤에 겪었던 택시에 대한 경험담입니다.
23:30경 버스는 끊기고 어쩔 수 없이 택시를 잡아 탔습니다.
경로는 위와 같습니다.
경로가 경로이니만큼 안양 택시를 타게 되었는데 문제는 제가 이 경로를 차로 매우 자주 이용한다는 것 이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주로 가던 경로에서 택시를 탔고 목적지를 말했습니다.
나 : 세곡동이요.
기사 : (아무렇지 않게 당연하다는 듯) 그럼 차를 돌려야겠네요.
물론 기사님께서 서울로 가시는 경로가 제가 주로 이용하는 경로와 다를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 의심없이 대답했습니다.
나 : 그냥 직진해서 가주세요.
기사 : (아쉽다는 듯이) 저 길이 더 가까운데...
나 : 큰 길로 가주세요. ^^
기사 : 그러죠 뭐
여기까지는 문제가 전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워낙 세상이 흉흉한지라... 택시 미터기 올라가는걸 슬쩍 봤는데 정상적으로 나왔다고 볼 수 없는 금액이 찍혀있는 것이었습니다.
"5010"
10원 단위가 홀수고... 뭔가 좀 요상하다 싶어서 유심히 지켜봤습니다.
한 번은 140원, 그리고 다음은 150원 이렇게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뒷 자리에 앉아있던 저는 미터기 보는 것을 티내며 기웃기웃 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기사님이 백미러를 통해 눈치를 보는게 보이더군요... 제가 보고 있는 걸 확인했나 봅니다.
그래서 서울에 진입하기 직전 고속화 도로를 벗어나며 그나마 안전한 길에서 물어봤습니다.
나 : 택시 미터기 요금이 어떻게 올라가는 건가요?
기사 : (고민).............140원 150원 이렇게 올라가요.
나 : 원래 그래요?
기사 : (당당하게)네
나 : 아~ 원래 그렇구나~ 왜 그래요?
기사 : (대답을 못 함)...............................................
이미 택시 요금체계를 좀 검색해봤던 저는 안양발 서울행 택시를 비롯한 서울시와 인접 경기 시내 택시는 현재 시계외할증(시의 경계를 넘을 때 받는 할증요금)을 받지 않으며 받는다 하더라도 시계외 할증을 할 수 밖에 없는 빈차로 돌아와야 하는 경우에도 심야간 할증(00시 ~ 04시)와 중복되어 받을 수 없도록 되어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말하자면 뻥을 치고 계셨던 겁니다. 그래서 어떻게 대응하시나 궁금한 마음에 직접 물어봤습니다.
나 : 시계외 할증이랑 심야 할증은 동시에 적용할 수 없도록 되어있지 않나요?
기사 : (고민하다가)..................... 아니에요. 왜 못 붙여요?
기사 : (대뜸 네비를 가리키며) 보세요 서울이잖아요.
나 : 아 제가 계속 미터기를 봤거든요. 그런데 경기도에서도 똑같이 올라가고 있었고, 12시 이전에도 똑같이 올라가고 있던걸 봤었는데, 원래 그런거였군요?
기사 : ..................................... 원래 그래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장난기가 발동한 저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나 : 아~ 원래 그렇구나~ 그러면 전화해서 알아봐야겠네요.
기사 : 제가 잘 몰라서........ (선심쓰듯이)그럼 감안해서 받을게요.
나 : (어이 없어서)뭐 네
그러고는 생각했습니다. 왜 저 사람이 나에게 선심 쓰듯 생색내며 말을 하는지에 대해 말이죠. 그리고는 다시 말했습니다.
나 : 그냥 미터 요금대로 받으세요. 제가 전화로 확인해볼게요.
기사 : 아니에요. 제가 감안해서 받을게요.
여기까지가 어제 겪었던 일입니다.
결국은 미터기에서 약 3천원가량 빠진 금액을 받고 부리나케 돌아가시더군요.
택시 기사님들 평균 소득이 적은 것 알고 있습니다. 그나마도 연료비등으로 깎이고 깎여 겨우 먹고 살 수준이란 것도 저역시 돈을 버는 입장에서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승객에 따라 경로가 달라지고, 요금제가 달라지는 무양심 택시기사들 때문에 선량한 택시기사님들까지 욕을 부당히 먹게 되는 현실...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택시 이용 인구가 적어지고, 택시기사님들은 더욱 힘들어지고 하는 악순환의 반복이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는 잠시 생각을 했습니다.
이 택시를 신고할까... 하지만 신고가 들어갈 경우 해당하는 기사는 하루 일을 하지 못하고 교육에 불려가게 됩니다. 벌금의 유무까지는 모르겠구요. 똑같이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이유가 제 투철한 신고정신을 발목 잡더군요.
※혹시라도 제가 알고 있는 택시 요금에 대한 제도가 틀렸다면, 그리고 제가 부당한 요금 할인을 받은 것이 된다면 영수증을 받아놨기에 그 기사에서 연락을 해서 사과하도록 하겠습니다.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드리겠어요.